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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2013년 21번 어법

softmachine 2021. 7. 6. 12:05

21. 다음 글의 밑줄 친 부분 중, 어법상 틀린 것은?
We take it for granted that film directors are in the game of recycling. Adapting novels ① is one of the most respectable of movie projects, while a book that calls itself the novelization of a film is considered barbarous. Being a hybrid art as well as a late one, film has always been in a dialogue with ② other narrative genres. Movies were first seen as an exceptionally potent kind of illusionist theatre, the rectangle of the screen corresponding to the proscenium of a stage, ③ which appear actors. Starting in the early silent period, plays were regularly “turned into”films. But ④ filming plays did not encourage the evolution of what truly was distinctive about a movie: the intervention of the camera ― its mobility of vision. As a source of plot, character, and dialogue, the novel seemed more ⑤ suitable. Many early successes of cinema were adaptations of popular novels.

* proscenium: 앞 무대

우리는 영화 감독들이 재활용의 게임에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take it for granted that..., that 이하의 내용을 당연하게 여기다', 알아두셔야 하고요. 재활용의 게임이라는 게 무슨 말인지는 뒤에 나오겠죠.

참고로, 여기서 '게임'은 참 우리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요, 콜린스 사전을 보면 이렇게 설명이 돼있습니다.
You can use game to describe a way of behaving in which a person uses a particular plan, usually in order to gain an advantage for himself or herself.

어떤 특정한 행동 양식을 묘사할 때 이 단어를 쓸 수 있다. 그 안에서 개인이 특정한 계획을 사용하는. 보통 자신의 이득을 얻기 위해.

'이익을 보려는 행동 양식' 정도로 이해하면 될 거 같습니다. 그래서 game of recycling하면 재활용을 통해서 어떤 이득을 보려는 행동 양식이 되겠죠.

소설을 adapting 하는 것은 영화 계획에 있어서 가장 존중할만 하답니다. respectable은 '훌륭한' 정도로 옮겨도 좋을 거 같습니다. adapt라는 동사는 우리가 전자 제품에 쓰는 아답터 그거 생각하시면 돼요. 110v, 220v 바꿔주는 거죠. 상황에 따라 기존의 것을 변형/조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adapt에는 확장된 뜻으로 '(소설을 영화 대본으로) 각색하다'는 뜻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재활용의 게임이라는 것은 이미 있던 소설들을 영화로 재활용 하는 걸 뜻합니다.

while a book that calls itself the novelization of a film is considered barbarous. 반면에 스스로를 영화의 소설화라고 부르는 책은 야만적인 것, 상스러운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 부분은 여러분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이해를 하면 좋겠네요. 지금 글의 흐름은, 소설의 영화화는 좋은 것이지만 영화 (대본)의 소설화는 상스러운 것이다라는 건데요. 여기에는 문학 자체를 위한 문학, 이른바 순문학이라는 것에 대해서 더 높게 쳐주는 문학계의 합의랄까요, 또 어찌보면 편견 같은 것이 깔려있는 겁니다. 로맨스 소설이나 라이트 노벨 작품 같은들이 제대로 된 문학적 평가를 받지 못하는 걸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그나저나 원문 저자가 이 얘기는 왜 했는지 모르겠어요. 글의 흐름에 꼭 필요하지 않은 내용 같습니다.)

1번은 동명사 주어 adapting이 왔으니까 동사는 is 맞죠. 고1 모의고사 때부터 계속 나오고 있는 거예요. 이런 건 틀리면 안되고요.

Being a hybrid art as well as a late one, film has always been in a dialogue with ② other narrative genres.

Being이 문두에 나오고 뒤에 동사가 없으면 이건 당연히 분사구문이죠. Being이 동명사 주어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해석은 문맥에 맞춰서 대충. 분사구문은 대충 해석하는 겁니다. a late one, 여기서 one은 앞에 나온 art를 가리킵니다. 후기의 예술일 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한 예술로서. 네, 저는 '~로서'로 이 being을 해석했습니다. late라는 단어는 '후기의' 보다는 '최근의'로 하는 게 좋겠네요. '늦은'이라고만 안하면 될 거 같습니다. '영화는 언제나 다른 내러티브 장르와 대화 중이었다.' 내러티브, 즉 서사 구조를 지닌 다른 장르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서사 구조가 뭐냐고 한다면... 시간의 흐름이 있고, 그 안에 인과 관계로 이루어진 사건들이 나타나는 그런 것이 될 거 같습니다. 저도 명확한 정의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여기서 other는 맞는 표현입니다. 뒤에 genres 복수가 왔으니까 another는 일단 안되고 (아, another few weeks 같은 표현은 가능합니다) narrative genres라는 것의 정체가 여러 개로 나뉘어져 미리 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the other할 수도 없죠. 그냥 other가 맞습니다. 제가 이렇게 얘기하고 지나가는 것들은 학교 시험에 반드시 나오는 것들이에요. 학교 선생님께 배울 때 잘 배우고 지나가시기 바랍니다. 내신 뿐만 아니라 이렇게 수능에도 나오는 것들이 많으니까 내신 문법, 수능 문법 굳이 구분하지 마시고 다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Movies were first seen as an exceptionally potent kind of illusionist theatre, the rectangle of the screen corresponding to the proscenium of a stage, ③ which appear actors.

'영화는 등장 초기에 마술사 극장의 대단히 강력한 한 종류로 여겨졌다.' illusionist theatre는 사실 뜻이 명확하지 않은데요, 정확한 의미 파악을 위해서는 서양 문화사에 대한 지식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일단 그냥 '마술사 극장'으로 해석을 하겠습니다. 마술사나 배우들이 나와서 기기묘묘한 소품을 가지고 여러 특수 효과를 사용해서 환상 쇼를 펼치던 모습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영화 초기에는 당대 사람들에게 영화가 기존의 이러한 환상 쇼의 한 종류로 인식이 되었다는 얘기죠. (지금의 우리에겐 이 둘이 전혀 다른 것인데) 그리고 컴마 컴마가 나오는데 이 부분은 앞 내용 전체를 축약해서 마치 동격처럼 제시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일단 부가적인 설명을 하는 부분이니까 삽입구 정도로 정리하고 슬쩍 지나가기로 하죠.

여기서는 "영화 : 마술사 극장 = 직사각형 스크린 : 스테이지 앞 무대" 이러한 도식만 머리 속에 그리면 될 거 같아요.

당시 사람들은 마술사 극장의 proscenium에서 마술사가 하던 공연을 보던 것처럼, 직사각형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영화를 받아들였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which appear actors. 이렇게 됐네요. appear는 뒤에 명사를 받아서 'look like'의 뜻으로 쓰이죠. 일단 which는 컴마 뒤에 왔으니까 관계대명사의 계속적 용법으로 쓰인 건데요, 이게 뭘 받는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될만한 건, illusionist theatre, the rectangle of the screen, the proscenium of a stage입니다. 또는 앞문장 내용 전체가 될 수도 있겠고요. 그런데 illusionist theatre, the rectangle of the screen, the proscenium of a stage 이 세개는 사실상 같은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죠. 어느 하나만을 특정해서 이게 선행사다라고 명확히 하기는 힘듭니다. 그래도 하나 꼽자면 바로 앞의 the proscenium of a stage가 될테지만요. 그런데 어느 것으로 보든, 이러한 무대나 극장, 정사각형 스크린 같은 것들이 '배우처럼 보인다'하면 말이 안됩니다.

또한, which를 앞문장 전체로 본다면 '영화가 마술사 극장의 일종으로 여겨졌다는 사실은 배우처럼 보인다'가 돼서 역시 말이 안됩니다. 즉 이 appear는 '~처럼 보이다'라는 뜻으로 쓰인 게 아니라는 얘기이고, 더 나아가 이 which가 주격으로 쓰인 것도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답은 이 3번이 됩니다. which가 문장 속에서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해석이 말끔해야 하는데 이 두 조건을 동시에 충족을 못 시키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풀 때 처음부터 완전, 불완전으로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완전/불완전으로 푼다는 건 appear를 어떻게 해석할 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얘기인데 위에 적었던 생각의 흐름 없이 저렇게 될 수는 없거든요. which를 주격 which거나 앞문장 전체를 받는 which로 보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 1차적인 접근입니다.

이제 이게 틀린 건 알았고 그럼 올바른 답은 무엇일지 한번 생각해 보죠.

그러면 남은 가능성이 뭘까요. 결국은 appear 동사의 쓰임새를 알아야 하는 문제이기도 한 건데요, 이 appear는 앞서 본것처럼 2형식 문장 속에서 주격 보어와 함께 '~처럼 보이다'라는 뜻으로 주로 쓰이지만, 그냥 동사 단독으로 1형식 문장도 이끌 수 있거든요. 이때는 '나타나다', '등장하다', '(법정에) 출석하다'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것입니다. 'A woman appeared at the far end of the street.' '한 여자가 도로 맨 끝에 나타났다' 이렇게 되는 겁니다. 주어가 나오고 appear 나오고 그 다음엔 보통 장소 부사구 (어디어디에)가 따라 오겠죠.

자, 그럼 생각을 좀 해봅시다.

appear가 '나타나다'라는 뜻으로 쓰였다면? 그러면 actors는? 이게 주어일 수도 있을까? 주어가 맞다면 '배우들이 나타나는 무대' 이렇게 되니까 해석이 뭔가 되는 거 같은데? 그런데 이러면 이게 지금 '도치'가 됐다는 얘기인데 도치를 이렇게 막 해도 되나?

여기까지 생각이 왔으면 다 온 겁니다. 도치가 흔히 일어나는 조건 중의 하나가 그거였잖아요. '장소의 부사구'가 문두에 오면 주어 동사가 도치된다. (Beyond the mountains lies the school) 그럼 저 which를 장소의 부사구로 나타내려면? on이든, in이든, at이든 장소를 나타내는 전치사가 하나 붙어주기만 하면 되겠구나 하면 이제 끝까지 온 겁니다. ('무대 위에' 배우가 나타나는, 이런 의미니까 'on which'가 가장 좋아 보입니다.)

바로 이 전 해, 2012년에 똑같은 패턴으로 '전치사 + 관계대명사'로 어법 문제가 났었죠. 그 문제를 잘 풀어본 학생이라면 이 문제를 어렵지 않게 맞췄을 거 같아요. 기출 문제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연이어 두 해에 같은 파트에서 똑같이 정답 선지로 나왔던 건 사실 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4번, 5번은 그리 어렵지 않으니 한번 보시고요.

filming plays did not encourage the evolution of what truly was distinctive about a movie 여기서는 전치사 of 다음에 what절이 온 거 잘 봐두세요. 관계사 what절은 '명사 덩어리'이다 기억하세요.